| |
 |
|
돌연변이들을 소개하며
힙합플레이야와 파운데이션으로부터 동시에 소개글을 써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나란 놈이 워낙에 -나 자신에 대해서는 물론이고 남에게 까지도- 칭찬에 인색한 타입의 인간형인지라, 이 부탁을 들어줘야 하나 잠시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같은 레이블인 거 남들도 뻔히 다 아는데 이런 짜고 치는 놀음판에 날 개입시키다니! 그래도 선배랍시고 녀석들에게 해준 것도 해줄 것도 딱히 없는데다가, 좋은 것 좋다 하는데 별 일이야 있겠는가 싶어 글을 써주기로 허락했다. 이런 종류의 홍보용 비평에 익숙하지도 않을뿐더러, 나는 혼내는 게 어울리지 이렇게 칭찬하고 쓰다듬어 주는 간지러운 짓에는 영 젬병인데....... 게다가 인간적으로 이미 아는 사이에 있는 이들의 작품을 평하라니. 이제 객관성 따위는 아예 포기해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결국 고육지책으로 생각해낸 것이 “얘들 좋아요”의 글 보다는 “얘들이 하는 것은 이런 것입니다” 하는 정도의 선에서 마무리 짓기로 한 것이다.
Koonta
호모루덴스 [homo ludens]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본질은 놀이를 하는 것이라고 보는 인간관. 유희(遊戱)하는 인간이라는 뜻. 네덜란드의 문화사학자(文化史學者) J.호이징가(1872∼1945)가 제창한 개념.
녀석을 볼 때면 떠오르곤 하는 말이다. 머리가 미쳐 생각을 마치기도 전에 느끼는 그대로 행동해버리는, 계획이나 계산 따위가 끼어들 틈조차 주지 않는 극단적인 즉흥성. 내가 아는 쿤타는 그런 인간이다. 사실 집시의 탬버린 시절부터 벌써 몇 년을 알고 지내왔지만, 음악 외적으로는 여전히 적응하기 힘들고, 사람 피곤하게 만드는 데 천재적 역량을 지닌 동생이라는 말도 덧붙이고 싶다.
느낌대로 행동한다는 말은 어쩌면 그만큼 감성이 풍부하단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감성이 바로 뮤지션 쿤타의 가장 큰 메리트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미 양(量)적인 면에서 타 뮤지션들을 압도하고 있는 그의 감성은, 그 자체로 쿤타에게 그만의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독창성)를 부여해주는 동시에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소화할 수 있는 유연함 까지 제공해주고 있다. 쿤타의 연체동물 같은 적응력은, 지금 곧바로 소개할 그의 파트너이자 프로듀서인 뉴올리언스(Nuoliunce)의 무경계(無境界) 하이브리드 빗트와 결합, 무궁한 시너지(synergy)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Nuoliunce
하이브리드 [hybrid, 잡종, 雜種]
서로 다른 종이나 계통 사이의 교배에 의해서 생긴 자손.
우선 “하이브리드”라는 단어를 설명하기 이전에, 여러분들에게 편견을 버리라는 말을 먼저 하고 싶다. “잡종”이라는 한국말 단어에 비호감을 품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잡종”이란 말에 반감을 느끼게 되는 것은, 어찌 보면 퍽 자연스러운 현상일지도 모르겠다. 비좁은 반도에 태어나 단일민족이라 세뇌 받으며, 군대까지 끌려가 민족주의의 노예가 된 것에 자긍심을 느끼도록 강요받고 교육받아온 사람들이 바로 우리네 대한민국의 젊은이들 아니겠는가!
힙합(hiphop), 아니 흑인음악 전반에 있어 “잡종”은 이미 낯 선 단어가 아니다. 과거 유럽음악과 아프리카 토속음악의 결합으로 블루스와 재즈가 태어난 이래로, 거의 모든 현대 대중음악의 장르들은 결국 교잡의 결과물이니 말이다. 이는 우리가 사랑하는 이 음악과 문화가, 다인종 다문화 국가인 저 미국에서 태어난 장르들이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아프리카에 대한 향수, 쟈마이칸 아이티 등 캐러비안(caribbean)과의 끊을 수 없는 연결고리, 히스패닉 문화와의 자연스러운 결합, 록 내지는 헤비메탈 음악과의 결탁, 동아시아 정서와의 유착 등등. 힙합이라는 문화장르는 이미 그 안에 수많은 문화를 수용한 결과물이고, 그 수용과 결합은 아직까지도 끝나지 않은 진행형이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한국에서 그 하이브리드 음악으로 첫 선을 보이는 프로듀서가 있으니 그가 바로 뉴올리언스다.
Survival Game
내가 뉴올리언스를 처음 만난 것은 내 2집 엘범 작업을 위해 새로운 프로듀서들을 찾던 도중이었다. 집시의 탬버린 멤버였던 왈구가 내게 뉴올리언스를 소개했고, 쿤타와 함께하는 공연현장에서 그를 처음 만났다. 뉴올리언스의 신선한 음악과 쿤타의 역동성 넘치는 공연을 본 뒤, 나는 그들을 파운데이션 측에 소개했고 결국 오늘에 이르렀다. (분명히 밝혀두지만 너희들 내가 꽂았다)
모든 돌연변이 내지는 진화한 신종 생물들의 성공 여부에 있어 최대 관건은 바로 “생명력”이다. 아무리 신선하고 독창적인 유전자 결합이라 해도 수명이 짧아 생존하지 못한다면 그 결합은 결과적으로 실패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월드 뮤직을 아우르며 폭 넓은 영역에 걸쳐 결합을 시도한 뉴올리언스의 하이브리드 빗트, 그리고 호모루덴스 쿤타의 보컬. 급변하는 한국 대중음악 판에서 과연 이 두 마리의 하이브리드들은 결국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들은 성공한 하이브리드로 기억될 수 있을까? 사람들 앞에서 쉽게 내가 장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누가 내게 개인적으로 걸어보라 한다면, 난 성공 쪽에 표를 던져 도박을 해보고 싶다.
P-TYPE
|
|
|
|
|
|
|
|
|
|
|
|